기술 발전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 (국부론-연재35)

경제금융 용어 쉽게 이해하기

기술 발전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 (국부론-연재35)

트렌드X 2026. 1. 8. 07:27
반응형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250년 전 애덤 스미스가 관찰했던 핀 공장의 노동자들과, 지금 AI 도구를 사용하며 일하는 저의 모습이 얼마나 다를까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하는 방식은 끊임없이 변해왔지만, 그 본질적인 메커니즘은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1. 250년 전 핀 공장에서 시작된 생산성 혁명

1776년,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의 첫 장을 핀 공장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한 명의 노동자가 하루에 혼자서 핀을 만들면 20개도 채 만들지 못하지만, 18개의 공정으로 나누어 10명이 분업하면 하루에 48,000개를 생산할 수 있다는 관찰이었습니다. 1인당 생산량으로 환산하면 무려 240배의 생산성 향상이었죠.

 

저도 처음 이 사례를 접했을 때는 단순히 작업을 나누면 효율이 오른다는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건, 이것이 단순한 효율성을 넘어 노동의 본질을 바꾸는 혁명이었다는 점입니다.

 

스미스가 지적한 핵심은 이렇습니다. 생산의 기초는 분업이고,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자본 축적이 필요하며, 자유 경쟁을 통해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기술 발전과 노동 조직의 변화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통찰이었죠.


2. 분업이 가져온 노동의 변화: 세 가지 메커니즘

스미스는 분업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목격했던 현장 경험들과 연결해보니 더욱 명확해지더군요.

 

첫째, 전문화를 통한 숙련도 향상입니다. 한정된 범위의 작업을 반복하면 작업자는 해당 업무에 빠르게 숙련됩니다. 저의 경험상, 새로운 업무를 맡았을 때 처음 몇 주는 시행착오가 많지만, 3개월쯤 지나면 업무 속도가 확연히 빨라지는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작업 전환 시간의 절약입니다.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겨갈 때 발생하는 시간 손실이 없어집니다. 회의에서 보고서 작성으로, 다시 이메일 확인으로 전환할 때마다 집중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작업 전환 비용은 생각보다 큽니다.

 

셋째, 기계와 도구의 발명을 촉진합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그 과정을 자동화할 방법을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됩니다. 실제로 산업혁명 시기 많은 기계 발명이 현장 노동자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3. 2026년, AI가 바꾸는 일의 풍경

2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기술 혁명의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2026년 현재, AI는 단순히 도구를 넘어 '일하는 주체'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물류 시스템 세쿼이아(Sequoia)는 재고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였고, 자율주행 트럭은 운전사를 운송 시스템 감독자로 역할을 전환시켰습니다. 중국 베이징의 샤오미 다크 팩토리에서는 불 꺼진 채로 1초에 프리미디엄 스마트폰 1대씩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임진국 단장은 "2026년은 AI가 본격적으로 일하는 주체로 도약하는 전환점"이라고 전망했습니다. 'AX 2.0(AI Transformation 2.0)' 시대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AI가 생성 단계를 넘어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설명합니다.

 

흥미로운 건 이것이 일자리의 '대체'라기보다는 '전환'이라는 점입니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의 말처럼, "기술혁신은 직업(job)을 바꾼다기보다는 과업(task)을 바꾼다"는 것이죠.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력 재편을 보면, AI가 할 수 있는 일과 못하는 일을 구분해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4. 직장인이 알아야 할 기술 시대 생존 전략

그렇다면 우리 같은 직장인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임 단장이 제시한 'AI 리터러시' 3가지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첫째, AI에 무엇을 어떻게 물어볼지 정의하고 설계하는 역량입니다. AI 프롬프트에 본인의 인사이트나 원하는 구조를 잘 담아내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천차만별입니다. AI는 도구일 뿐, 결국 방향을 제시하는 건 인간의 통찰력입니다.

 

둘째, AI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입니다. AI가 내놓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이를 자신의 것으로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도 요즘 AI 도구를 사용할 때 첫 번째 결과물은 '초안'으로만 보고, 반드시 검증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셋째, 검증하고 확인하는 습관입니다. AI는 여전히 편향이나 오류가 많고, 보안 이슈도 상당합니다. AI를 활용할 때 항상 팩트 체크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자신의 도메인 전문성을 더욱 깊게 쌓는 것입니다. AI가 범용적 작업은 잘 처리하지만, 특정 산업이나 분야의 깊은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여전히 인간의 경험이 필수적입니다.


5. 기술 발전의 이면: 경계해야 할 지점들

하지만 모든 기술 발전이 긍정적이기만 한 건 아닙니다. 경계할 지점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첫째, 구조조정기의 불평등 문제입니다. 한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AI가 취업자 일자리의 최대 74%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기술 전환기에는 일시적으로 실업과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재교육 시스템,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둘째, 노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합니다. AI 시대에 단순 반복 작업이 자동화되면, 인간은 무엇을 하며 보람을 느낄 것인가? 일과 삶의 균형, 노동 시간 단축, 기본소득 같은 논의들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셋째, 보안과 윤리 문제입니다. AI로 누구나 쉽게 랜섬웨어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사이버 공격이 더욱 은밀하고 정교해지면서, '제로 트러스트' 전략과 복원력 강화가 필수입니다. 또한 AI의 편향, 개인정보 보호, 의사결정의 투명성 같은 윤리적 이슈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250년 전 핀 공장에서 시작된 기술과 노동의 관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가 관찰했던 분업의 원리는 오늘날 AI 시대에도 유효합니다. 다만 그 형태가 인간과 인간의 분업에서 인간과 AI의 분업으로 진화했을 뿐이죠.

 

중요한 건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대비할 것인가입니다. 본인의 전문성을 깊게 쌓고,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며, 동시에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런 변화의 시기가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에서 해방되어, 더 창조적이고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으니까요. 우리 모두 이 전환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며 함께 성장해나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