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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이 낮은데 물가 상승률은 높다? 체감 경기가 나쁜 진짜 이유

트렌드X 2025. 4. 21. 11:55

경제지표는 호황인데 왜 내 주머니는 가벼울까? 뉴스에서는 '실업률 최저치'라는 긍정적인 헤드라인이 나오는데, 물가 상승률은 계속 오르고 가계 살림은 더 빠듯해지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와 우리가 일상에서 체감하는 경제 상황 사이에는 왜 이렇게 큰 차이가 있을까요? 오늘은 경제학의 중요한 건강 지표인 '실업률'이 무엇이고,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높은 물가 상승률로 인해 우리가 체감하는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실업률
실업률

1. 실업률이란 무엇인가?

실업률의 정의와 계산 방법

실업률은 노동 가능한 인구(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의 비율을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주요 경제지표 중 하나로,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계산됩니다:

실업률 = 실업자수/경제활동인구 × 100

여기서 경제활동인구는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한 수치입니다. 그리고 실업자는 조사 기간 동안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으면서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실업률의 경제적 의미
실업률은 한 국가의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입니다. 일반적으로 실업률이 낮으면 경제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노동시장이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고, 기업들이 생산 활동을 확대하며 인력을 필요로 한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실업률이 높아지면 경기 침체의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출근길 커피숍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급증하고, 인근 사무실 건물에 '채용 공고' 포스터가 늘어나는 현상을 목격한다면, 해당 지역의 고용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전국적으로 일어난다면 실업률은 자연스럽게 낮아지게 됩니다.

 

2. 실업률 지표의 한계점

통계적 한계
실업률이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이지만, 몇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실업률은 '적극적 구직활동'을 한 사람만 실업자로 계산합니다. 취업을 원하지만 구직 활동을 포기한 '실망 실업자'는 통계에서 제외됩니다. 이들은 경제활동인구에서 빠지기 때문에 오히려 실업률이 낮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출근 준비하는 친구에게 "요즘 취업은 어때?"라고 물었을 때 "이력서 넣기도 지쳐서 당분간 쉬기로 했어"라는 대답을 들었다면, 그 친구는 통계상 실업자로 집계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취업을 원하지만 구직 활동을 중단한 많은 사람들이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됩니다.

질적 측면 반영의 부재
둘째, 실업률은 일자리의 질적 측면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파트타임이든 모두 '취업자'로 집계됩니다. 따라서 고용의 안정성, 임금 수준, 근로 조건 등의 질적인 측면은 실업률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대기업 정규직이었던 지인이 구조조정 이후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게 된 경우, 통계상으로는 여전히 '취업자'입니다. 하지만 소득과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고용의 질적 하락은 실업률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세대별, 지역별 격차
셋째, 실업률은 전체 평균값이기 때문에 세대별, 지역별 고용 상황의 차이를 드러내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보다 훨씬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수도권과 지방, 제조업 중심 지역과 서비스업 중심 지역 간의 고용 격차도 전체 실업률에서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서울의 강남과 지방 중소도시의 고용 상황은 현격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전국 평균 실업률은 이러한 지역 간 격차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3. 낮은 실업률과 높은 물가 상승률의 괴리 현상

고용의 질 하락
실업률이 낮은데도 체감 경기가 나쁜 첫 번째 이유는 고용의 질이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전일제보다 시간제 일자리가 증가하면 고용률은 높아질 수 있지만, 소득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용 안정성이 낮아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집니다.

배달 앱이나 프리랜서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이른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종사자들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들은 통계상 '취업자'지만, 소득이 불안정하고 고용 안정성과 사회보장 혜택이 부족합니다.

임금 상승률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괴리
두 번째 이유는 임금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보다 높으면 실질 임금(물가를 고려한 임금)이 정체되거나 감소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고용이 늘어도 생활 수준은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될 수 있습니다.

월급은 3% 올랐는데 장을 보면 식료품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 이상인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런 상황에서는 취업자 수가 늘어도 가계의 구매력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상회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소득 불평등 심화
세 번째 이유는 소득 불평등의 심화입니다. 전체적인 고용 상황이 개선되더라도 그 혜택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면, 다수의 사람들은 경기 호전을 체감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소득, 고학력 직종의 임금은 상승하는 반면, 저숙련 직종의 임금은 정체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IT 개발자, 금융 전문가 등 특정 직종의 연봉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반면, 일반 사무직이나 서비스업 종사자의 임금은 제자리걸음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동일한 실업률 하에서도 체감 경기는 개인마다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4. 체감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가계부채 비율과 주거비 부담

가계부채 비율의 증가
실업률 외에도 체감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가계부채 비율입니다. 고용이 안정적이더라도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으로 인한 가계부채 비율이 증가하면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은 감소합니다. 특히 금리 상승기에는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경제적 압박감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던 시기에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한 후, 금리 인상으로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20~30만원 증가했다면, 취업 상태가 변하지 않았더라도 가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됩니다.

주거비 부담
주택 가격 및 임대료 상승은 체감경기를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입니다. 소득의 큰 부분이 주거비로 지출되면, 다른 소비에 사용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줄어들게 됩니다. 특히 대도시 지역에서는 주거비 부담이 가계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2~3억원에서 5~6억원으로 상승하면, 그에 따른 대출 이자나 월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취업 상태가 안정적이더라도 경제적 여유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물가 상승률 통계에는 주택 구입비용이 직접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체감 물가와 공식 물가 상승률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경제적 불확실성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체감경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기업 구조조정,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변화, 글로벌 경제 위기 등의 요인들은 현재 고용 상태가 안정적이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AI 발전 등으로 인해 현재의 직업이 미래에도 안정적일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계 경제 행태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5. 실업률 외에 고용시장을 이해하는 경제 활동 참가율과 확장 실업률

경제 활동 참가율의 중요성
실업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고용 지표들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 활동 참가율은 15세 이상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의 비율을 나타냅니다. 이 지표는 노동시장 참여도를 보여주며, 실망 실업자 증가 등의 현상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줍니다.

경제활동참가율 = 경제활동인구/15세이상인구 × 100

 

경제 활동 참가율이 떨어진다면, 이는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실업률이 낮더라도 경제 활동 참가율이 함께 낮다면, 노동시장의 실질적인 건강 상태는 좋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고용률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나타냅니다. 실업률보다 더 직관적으로 고용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입니다. 실업률이 낮더라도 고용률이 함께 낮다면, 많은 사람들이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용률 = 취업자수/15세이상인구 × 100

 

확장 실업률의 의미
통계청에서는 공식 실업률 외에도 '체감실업률' 또는 '확장 실업률'이라고 불리는 지표를 발표합니다. 확장 실업률은 공식 실업자뿐만 아니라 시간관련 추가 취업 희망자, 잠재 경제활동인구 등을 포함한 더 넓은 개념의 실업률입니다. 확장 실업률은 공식 실업률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공식 실업률이 3% 내외인 반면, 확장 실업률은 10%를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숨겨진 실업'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가 체감하는 고용 상황이 공식 통계보다 좋지 않은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임금 지표
고용의 질적 측면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임금 관련 지표들도 중요합니다. 실질임금 상승률, 임금 불평등 지수, 최저임금 대비 중위임금 비율 등의 지표는 노동시장의 질적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임금 변화는 근로자들의 실제 구매력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6. 괴리 현상을 바라보는 현실적인 시각

종합적인 경제 지표 해석
실업률만으로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다양한 경제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각 지표의 한계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업률, 고용률, 경제 활동 참가율, 임금 상승률, 소비자 물가 상승률 등을 함께 고려해야 보다 정확한 경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매일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면서 느끼는 혼잡도, 주변 상가의 휴폐업 상황, 지인들의 취업 및 이직 이야기 등 일상에서 체감하는 경제 상황도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체감 지표'와 공식 경제 지표 간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 재무 상황에 집중
거시경제 지표와 개인의 경제 상황은 항상 일치하지 않습니다. 실업률이 낮더라도 개인의 재무 상황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경제 지표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의 소득, 지출, 저축, 투자 등 개인 재무 상황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가 상승률이 높은 환경에서는 소비 패턴을 조정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며, 가능하다면 추가 수입원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가계부채 비율을 적절히 관리하고, 금리 변동에 대비한 재무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책적 관점
정부 정책 측면에서는 단순히 실업률 수치에 집중하기보다 고용의 질, 임금 수준, 소득 불평등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또한 청년, 여성, 고령자 등 취약계층별 맞춤형 고용 정책과 일자리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의 노동시장 개혁이 중요합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한 물가 안정 정책과 함께, 서민들의 가계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주거 안정 대책, 가계부채 비율 관리 방안 등도 함께 추진되어야 합니다.

실업률이라는 경제 지표와 우리가 체감하는 경기 상황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실업률 지표의 한계, 고용의 질적 하락, 소득 불평등, 높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 가계부채 비율 증가 등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경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업률과 함께 경제 활동 참가율, 확장 실업률, 물가 상승률 등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각 지표의 의미와 한계를 인식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경제 상황도 단순한 숫자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늘도 뉴스에서 '실업률 하락'이라는 긍정적인 소식이 들리더라도, 왜 물가 상승률은 높고 내 주머니는 여전히 가벼운지, 그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